로맨틱 코미디, 25살의 키스

학창 시절 왕따였던 기억, 여러분도 갖고 계신가요? 1999년 개봉한 '25살의 키스'는 그런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드류 배리모어가 주연을 맡아 풋풋한 매력을 보여준 이 작품은, 25년이 지난 지금 봐도 여전히 가슴 뛰는 명장면으로 가득합니다.



25살인데 제대로 된 키스가 없다면?


주인공 조시 겔러는 시카고 선타임스에서 카피 에디터로 일합니다. 여기서 카피 에디터란 기사의 오탈자나 문법 오류를 검토하고 교정하는 직업을 의미합니다. 기자를 꿈꾸지만 자신감 없는 25살 여성이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키스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어느 날 상사가 특종 기회를 줍니다. 바로 '요즘 10대들의 실상'을 취재하기 위해 고등학교에 학생으로 잠입하라는 미션입니다. 언더커버 저널리즘 이라고 불리는 이 취재 방식은, 기자가 신분을 숨기고 특정 집단에 직접 들어가 내부 실태를 파악하는 방법입니다


저도 비슷한 상황을 겪어봤습니다. 학창 시절 제 모습을 숨기고 싶었던 적이 많았거든요. IMF 시기 이전부터 아버지가 실직하셨고, 저는 가정 형편상 도시락을 가져갈 수 없었습니다. 점심시간마다 사라지는 저를 반 친구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죠. 부끄러울 일이 아니었음에도 어린나이의 저는 그 사실을 매우 부끄러워 했었습니다.


조시가 잠입한 곳은 바로 자신이 졸업했던 사우스글렌 고등학교입니다. 문제는 그녀가 학창 시절 조시 그로시 라는 별명으로 왕따를 당했다는 겁니다. 8살이나 어린 10대들과 어울리는 것도 어려운데, 과거의 트라우마까지 되살아나니 처음엔 또다시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기 무리에 합류하고 선생님과 사랑에 빠지다


상황이 점차 바뀝니다. 인기 많은 여학생 기젤과 친구가 되고, 학교의 인기남 가이와도 가까워지면서 인싸 그룹에 합류하게 됩니다. 여기서 인싸란 'Insider'의 줄임말로, 집단 내에서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구성원을 뜻합니다.


저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였죠. 학업과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식비, 교통비, 학비를 해결해야 했던 저로서는 식비를 줄이는 게 가장 컸습니다. 아침은 굶었고, 점심은 안 먹었습니다. 저녁은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에서 해결할 수 있었기에 식비를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었죠.


그다음에 줄인 것은 교통비였습니다. 집에서 한 시간 일찍 나와서 학교까지 걸어갔습니다. 한쪽밖에 없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한 시간 20분 거리의 학교까지 걸어갔죠. 학교가 끝나면 버스 타고 아르바이트하러 가고,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버스 타고 영등포역까지 와서, 영등포역에서부터 집까지 또 걸어갔습니다. 당시엔 환승 할인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버스비를 아끼고자 걸어간 겁니다.


조시의 마음을 진짜로 움직인 건 문학 교사 샘 쿠슈맨입니다. 샘은 조시가 쓴 에세이를 읽고 진심으로 감동받아 그녀를 격려해줬고, 조시는 어느새 샘에게 설렘을 느끼게 됩니다. 나이 차이가 있는 로맨스이긴 하지만, 조시가 실제로는 성인이라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를 피해갑니다.


어느 날 반 친구 중 한 명이 등교 시간에 제가 걸어다니는 걸 버스에서 봤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걸어가는 저를 보고는 "왜 걸어다니냐, 거기서 학교까지 한 시간은 걸릴 텐데"라고 묻더라고요. 창피해서 대답을 못했습니다. 돈 아끼려고 걸어 다닌다고 대답하기가 그 나이대에서는 어려웠습니다.


야구장에서 기다릴게요, 제 25살의 첫 키스를 가져가 주세요


조시의 정체가 드러날 위기가 찾아옵니다. 프롬 파티에서 모든 게 탄로 날 뻔했고, 조시는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합니다. 여기서 프롬이란 미국 고등학교의 졸업 파티를 의미하는데, 학생들이 정장 차림으로 참석하는 공식적인 댄스 파티입니다


하지만 조시는 마지막 순간 용기를 냅니다. 신문에 진심 어린 기사를 싣는 겁니다. 학창 시절의 아픔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샘에게 공개 고백을 하는 내용이었죠. 기사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야구장에서 기다릴게요. 와서 제 25살의 첫 키스를 가져가 주세요."


영화를 보면서 저도 학창 시절 이런 시기가 있었는데 하면서 몰입이 깨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어렸을 적 기억이 생각나서 영화를 보다 말고 한동안 멍 때리고 있었습니다. 현실에서 저는 조시처럼 용기 있는 사람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저 숨기기만 했죠.


야구 경기장에서 샘이 달려와 조시와 키스하는 장면은 영화 역사에 남을 만큼 로맨틱합니다. 모두가 응원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그 키스, 보는 사람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명장면입니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공식을 따르긴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변신 서사가 아니라 자아 수용과 용기라는 주제를 깊이 파고듭니다.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왕따에서 인기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그려짐

- 나이 차이 로맨스를 윤리적으로 처리한 각본

- 자아 수용과 용기를 다룬 깊이 있는 주제

- 드류 배리모어의 사랑스러운 연기가 돋보임


비평적으로 보면 논란이 될 수 있는 교사-학생 설정이지만, 조시가 실제 성인이라는 점을 영화 내내 강조하며 이를 로맨틱한 요소로 승화시켰습니다. 흥행 면에서도 성공적이었고, 드류 배리모어의 이미지를 굳힌 대표작이 되었죠.


지금 봐도 이 영화가 통하는 이유는 보편적인 감정 때문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열등감, 첫사랑의 두근거림, 그리고 용기를 내는 순간의 카타르시스가 있습니다. 현실에서 저는 그렇지 못했지만, 영화에서 조시는 용기 있는 여성이었습니다. 이 영화로 인해 제 최애 여배우 베스트 5에 드류 배리모어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쯤 용기 내서 숨겨왔던 감정을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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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pedia.watcha.com/ko-KR/contents/mJO1m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