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뇌졸증 환자) 옷 갈아입히기

 "한 손으로 옷을 입는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일반적으로 불편하지만 어떻게든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장애인활동지원사로 근무하며 전혀 다른 현실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뇌병변 1급 와상장애인 이용자를 지원하면서, 옷 입기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목숨을 건 균형 싸움이라는 걸 매일 체감합니다. 하지만 편마비 환자 중에는 체계적인 착의 훈련(ADL training)을 통해 독립적으로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는 분들도 계십니다. 여기서 착의 훈련이란 작업치료(Occupational Therapy)의 핵심 영역으로, 환자가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옷 입기·벗기 동작을 단계별로 반복 연습하는 재활 프로그램을 의미합니다.


## 마비측부터 입고 정상측부터 벗는 이유


뇌졸중 편마비 환자의 착의법에는 절대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마비된 쪽(affected side)부터 옷을 입고, 정상 쪽(unaffected side)부터 옷을 벗는다"는 규칙입니다. 미국 뇌졸중협회(American Stroke Association)도 동일한 지침을 권고하고 있는데([출처: American Stroke Association](https://www.stroke.org)), 이 원칙이 없으면 건측 팔이 옷에 먼저 끼워져 마비측 팔을 움직일 공간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실제로 와상 이용자를 침대에서 휠체어로 이동시킬 때마다 이 원칙의 중요성을 절감합니다. 뒤통수를 받쳐 일으켜 세우고 등 뒤에서 겨드랑이로 손을 넣어 양손목을 잡은 상태에서, 다른 보조인력이 다리를 받쳐 함께 들어 올립니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는 몸을 지탱할 근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옷이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걸쳐져 있으면 자세가 무너지고 낙상 위험이 급증합니다. 그래서 편마비 환자에게는 마비측 팔을 먼저 소매에 끼워 어깨까지 올린 뒤, 옷을 등 뒤로 돌려 건측 팔을 끼우는 순서가 생명줄과 같습니다.

제가 지원하고 있는 와상환자는 마비측 정상측이 따로 없는 증상이기 때문에(뇌병변) 항상 왼쪽으로 입히고 왼쪽으로 벗깁니다

이용자가 왼손잡이 이므로, 왼쪽이 힘이 쎄고 오른쪽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옷을 입히거나 벗길때 왼쪽에서 시작해야 수월하게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셔츠를 입을 때는 안쪽이 보이도록 무릎 위에 놓고, 정상 손으로 마비 손을 잡아 소매를 끼운 뒤 어깨까지 끌어올립니다. 이때 마비측 팔을 절대 끌어당기면 안 됩니다. 견봉하 탈구(subacromial dislocation)나 어깨 통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견봉하 탈구란 어깨뼈와 팔뼈 사이 공간이 좁아지면서 힘줄이 눌려 통증과 염증이 생기는 상태를 뜻합니다. 그래서 마비측 팔은 팔꿈치 아래를 받쳐 올리거나, 베개로 지지해 아래로 늘어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옷을 등 뒤로 돌린 뒤 정상측 팔도 소매에 끼우고, 단추는 아래쪽부터 정상 손으로 잠급니다. 일반적으로 한 손으로 단추나 지퍼를 잠그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반복 연습을 통해 충분히 가능해집니다.


티셔츠는 조금 다릅니다. 아랫부분이 배 쪽으로, 목 부분이 아래를 향하도록 무릎 위에 뒤집어 놓고, 정상 손으로 마비측 소매를 말아 올린 뒤 마비 손을 끼워 팔꿈치 위까지 올립니다. 정상측 소매도 끼운 뒤, 목 부분을 잡고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넣습니다. 벗을 때는 정상 손을 어깨 뒤로 넘겨 목 뒷부분을 잡아 머리 위로 당기고, 고개를 숙여 목을 뺀 뒤 마비측 소매를 먼저 벗깁니다. 핵심은 항상 정상측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마비측을 먼저 처리하는 것입니다.


## 앉아서 하의 입는 법과 와상환자 현실


하의를 입을 때는 균형이 가장 중요합니다. 소파나 의자 끝에 걸터앉은 자세에서, 정상 손으로 마비측 다리를 잡아 무릎을 꼬듯 위에 얹습니다. 준비된 바지를 마비측 발부터 끼우고 무릎까지 끌어올리되, 무릎 위로 너무 많이 올리면 안 됩니다.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마비측 다리를 내린 뒤 정상측 다리를 끼우고, 최대한 엉덩이까지 끌어올립니다. 일어설 수 있다면 일어서서 바지를 엉덩이까지 끌어 올리고, 옷매무새를 정리합니다.


벗을 때는 정상 손으로 마비측 허리춤을 잡아 엉덩이 아래로 끌어내린 뒤, 정상측도 같은 방식으로 내립니다. 천천히 일어나 바지를 아래로 흘러내리게 하고, 다시 앉아 정상측 다리부터 빼낸 뒤 마비측 다리를 바지에서 걷어냅니다. 이 모든 과정은 균형을 잡을 수 있는 환자에게만 해당됩니다. 균형이 불안정하다면 누워서 입는 방법을 권장하는데, 실제로는 bridging(엉덩이 들기) 동작과 결합해 훨씬 쉽게 바지를 올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브리징이란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세우고 엉덩이를 들어 올려 골반과 허리를 공중에 띄우는 동작을 말합니다.


양말과 신발도 동일한 원칙입니다. 마비측 다리를 정상 무릎 위에 올린 뒤, 정상 손으로 양말 입구를 벌려 끼우고 끌어올립니다. 신발은 목이 긴 구두 주걱(long-handled shoehorn)을 이용하면 편리하며, 부드럽고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벨크로 타입 신발을 추천합니다. 국내 재활병원이나 복지용구센터에서는 button hook(단추걸이), sock aid(양말 보조기), elastic shoelaces(신축성 끈) 같은 보조 도구를 제공하는데([출처: 국립재활원](https://www.nrc.go.kr)), 이런 도구들을 적극 활용하면 독립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그런데 제가 지원하는 이용자처럼 와상 상태인 경우, 이 모든 훈련은 적용이 불가능합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숨 쉬는 것과 소변 보는 것뿐이고, 식사 준비를 위해 휠체어로 옮길 때마다 두 명이 함께 들어 올려야 합니다. 휠체어에 앉혀도 허리벨트, 가슴벨트, 다리벨트를 모두 채워야 하고, 바퀴 잠금장치는 항상 열어둬야 합니다. 잠금장치를 잠근 상태에서 이용자가 뻗치면 휠체어가 뒤로 넘어지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편마비 환자라고 하면 한 손으로 불편하게나마 옷을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 경험상 뇌병변 1급처럼 중증인 경우 착의 자체가 불가능하고 전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편마비 환자의 착의 훈련은 큰 관절 가동 범위(ROM, Range of Motion), 자세 유지, 정교한 손동작이 모두 필요한 고난도 활동입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동작이기도 합니다. 꾸준한 연습을 통해 독립적으로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다면, 환자 본인의 자존감과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됩니다. 동시에 와상 환자처럼 훈련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보호자나 활동지원사의 세심한 케어가 생명줄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옷 입기 하나에도 환자의 상태와 단계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며, 무리한 독립 훈련보다는 안전과 존엄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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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2ze6eVAJNA&list=PLgduVGRtyNLDyMa_rVNhG6TxPkgY0a7Aw&index=4